타깃 프라이스
글로벌 패션 소싱 현장에서 ‘타깃 프라이스’를 맞추며, 그 가격 뒤에 숨은 사람들의 삶과 선택을 마주해 가는 한 한국인 직장인의 이야기.
전체 회차
- 1화 친구는 될 수 없어 — “Kate, 10년 축하해요.” Amy가 작은 케이크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흰 생크림 위에 딸기가 10개 놓여 있었다. Kate가 웃었다. “왜 딸기도 10개야?” “초를 10개 꽂으면 케이크 망가지니까요.” 옆자리 Ben이 고개를 들었다. “진짜 중국에서 10년…
- 2화 초콜릿 — Kate가 중국에 와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어린 공인들이었다. 16살. 17살. 이제 막 18살이 된 아이도 있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였다. 어떤 아이는 학교를 끝까지 다니지 못했고, 어떤 아이는 학교에 더 다니는 대신 공장으로 왔다. Kate는 2…
- 3화 오늘 잔업 없어요? — 며칠 동안 공장이 조용했다. 큰 오더 하나가 끝났고 다음 오더는 아직 원단이 도착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봉제라인으로 들어갔을 공인들이 6시가 되자 기숙사로 돌아갔다. Kate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어린 공인들을 볼 때마다 그랬다. 며…
- 4화 우리 사람 — Kate가 중국에 온 지 3년쯤 됐을 때였다. 한국 본사에서 새 생산팀장이 왔다. 이름은 정 부장이었다. 중국은 처음이었다.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서 잡아준 아파트의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둘째 날에는 은행에서 급여카드를 만들지 못했다. 셋째 날에는 거래처에…
- 5화 뒤로 받는 돈 — Kate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달 뒤였다. 원단 업체를 바꾸는 회의가 끝난 날이었다. 중국인 동료 하나가 사무실 밖에서 Kate에게 말했다. “이번에도 저 업체로 가네요.” “품질 괜찮잖아요.” 동료가 잠깐 망설였다. “비싸잖아요.” “조금 비싸지.” “최…
- 6화 반쯤 — 문제가 터진 것은 2년 뒤였다. 미선이 거래하던 공급업체 하나가 세금 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보낸 돈의 기록이 나왔다. 미선의 이름도 있었다. 이번에는 소문이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감사를 시작했다.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평소 미선을…
- 7화 11달러 80센트 — 메일은 아침 8시 12분에 왔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바이어였다. 세한이 몇 시즌째 거래하는 곳이었다. 주문 수량은 컸고, 가격은 늘 작았다. 메일은 길지 않았다. **Target FOB: $11.80** Kate는 화면을 보자마자 계산기를 켰다. 중국 공장에서…
- 8화 18센트 — 생산이 시작된 지 2주쯤 됐을 때였다. 검사팀에서 문제가 올라왔다. 단추 봉지에 4개가 들어가야 하는데 3개가 들어 있는 것이 있었다. 어떤 봉지에는 5개가 들어 있었다. 실밥 정리도 일정하지 않았다. Kate가 불량 샘플을 들고 물었다. “이거 어디서 해요?” Ma…
- 9화 더 많이 보호해야 하는 사람 — 일주일쯤 뒤 Kate는 다시 그 작업장에 갔다. 이번에도 이유는 일이었다. 단추 수량 문제가 줄기는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작업방식을 한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작업장에 들어가자 지난번에 봤던 아이들도 그대로 있었다. 작은 아이는 이번에는 스티커를 붙이…
- 10화 처음부터 경리 — 박성호를 처음부터 박 사장이라고 부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국에서 오래 일한 거래처 사람 중에는 아직도 그를 박 부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15년 전, 박 사장은 한국 봉제회사의 생산부장이었다. 처음 중국에 온 것도 자기 사업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본사에서…
- 11화 11년 — 며칠 뒤 Kate는 공장 손익자료를 받으러 혼자 다시 갔다. 박 사장은 거래처를 만나러 나가 있었다. Lin이 사무실에 있었다. Kate는 자료를 확인하다가 물었다. “박 사장님 언제 들어와요?” “한 시간쯤 걸릴 거예요.” Lin이 차를 가져왔다. Kate는 한동안…
- 12화 돌아갈 사람들 — 박 사장은 며칠 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공장을 조금 줄이고, 한국에 있는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한참 듣고 있다가 말했다. “들어오면 좋지.” 박 사장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정말?” “그럼 싫겠어?” 아내가 웃었다. 그러다가 말했다. “…